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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에서 소개하는 충남 청양, 칠갑산 기슭 아래에 있는 ☞작은 양조장은 청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막걸리 양조장으로, 지금은 일곱 번째 주인이 된 권경남 씨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친구 따라 양조장에 일을 시작한 그는 허기진 배를 술밥으로 채우며 막걸리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첫 만남이 인생을 바꿨고, 결국 그는 막걸리를 삶의 중심으로 삼아 살아왔습니다.
청양에서 부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양조장은 아래 버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국을 돌며 막걸리를 유통하던 시절, 경남 씨에게는 오롯이 하나의 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내 양조장을 갖는 것.’ 그 꿈은 약 20년 전 현실이 되었지만, 이제는 쇠약해진 몸 때문에 많은 걱정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유도선수가 되길 바랐던 아들 권순오 씨가 운동을 접고 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버지의 삶과 신념이 녹아든 양조장 방식을 고스란히 따르며, 말없이 함께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막걸리 하나에도 깊은 정성과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양조장의 묵묵한 동반자는 바로 어머니 김은옥 씨입니다. 틈날 때마다 정성껏 막걸리에 곁들이는 안주를 준비하는 그녀는, 양조장 식구들의 허기진 속을 채워주는 숨은 주인공입니다.
그중 가장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바로 ‘술지게미 수육’. 막걸리를 빚고 난 뒤 남는 술지게미에 고기를 하루쯤 재워 푹 삶아내면, 잡내 없고 부드러운 수육이 완성됩니다.
봄이 오면 단 한 달만 즐길 수 있는 구기자 순도 빠질 수 없습니다. 얇게 채 썬 사과와 함께 무쳐 수육 곁에 내놓으면, 그 조화는 오직 이곳 양조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막걸리 안주가 됩니다.
김은옥 씨가 남편을 위해 자주 만드는 또 하나의 음식은 초계 무침입니다. 다섯 살 무렵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음식이기도 해, 그때를 떠올리며 만든다는 이 무침은, 남편과 아들에게도 각별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세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양조장은 단순히 막걸리를 빚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시간을 이어주는 장소이며, 가족의 청춘과 이야기가 담긴 삶의 현장입니다.
청양의 오래된 양조장에서, 부자의 막걸리 인생과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만나 하나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그저 한 잔의 막걸리가 아닌, 한 가족의 꿈과 땀이 고스란히 담긴 시간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